동네 목욕탕 할아버지들

Posted at 2016/11/02 19:10// Posted in 하우통신
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린 지난 일요일
동네 목욕탕이 온통 할아버지들 판이다

탕에서 막 나온 머리 허연 할아버지가 한껏 폼을 잡으며 '갑빠'를 세운다

"어뗘! 이만하면 안즉 한창이지?"
"그 몸 만들어서 어따 쓸라고.."

평상에 앉았던 검은 머리 할아버지가 그 말을 받아 덧붙인다

"금세 썩을 몸이여.."
"하긴.. 그래.. 우리 손주 넘은 지 할애비한테 아예 오지도 않으려고 해.."
"중2짜리 우리집 손자도 같이 목욕 가자니까 방으로 쏙 들어가버리더라.."

손주 얘기가 나오자 평상 주변은 이내 손주들 성토장으로 변한다

한참을 그렇게 아쉬움 반 한탄 반의 신세 타령이 이어지다
아까부터 안마기에 조는 듯 앉아 있던 할아버지 한 분이 한 말씀 하시자
다들 별 말 없이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자리를 뜬다

"바라는 게 있다는 건 좋은 거야 아직 젊다는 얘기니까.."

밖으로 나오니 오늘따라
가을비로 젖은 놀이터와 인도에 유난히 많은 낙엽이 떨어져 있다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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